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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음악회 후기
Level 5   조회수 342
2018-10-28 21:09:34


올해 29회를 맞이하는 이건음악회, 10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 공연을 보았다.  이건음악회는 이건창호로 잘 알려진 이건그룹에서 매년 실력파 음악가를 초청하여 국내에 소개하며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나눔과 소외계층에 대한 후원을 하는 사업이다.  그 동안 현악앙상블, 피아노, 합창 등의 연주회가 있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클래식기타리스트를 초청하였고 우리 한국기타협회도 초대를 받아 나는 회원 몇 명과 함께 가게 되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타연주라니 우선 음향이 걱정이 되었다.  역시나 빵빵하게 볼륨을 높인 마이크를 통해서 나오는 기타 소리는 기타가 아닌 다른 악기의 소리처럼 들렸다.  섬세한 음색표현은 사라지고 무딘 칼날로 감자를 써는 듯한 멍멍한 울림에 실망감이 들었다.  현악기 앙상블과의 협연으로 화려함을 입히니 듣기는 더 화려했지만 현악기소리에 묻혀서 기타 소리가 잘 구별되지 않았다.  훌륭한 연주를 음향시스템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연주회 후반부로 가면서는 점차 내가 그 음색에 적응이 되었는지 나름대로 기타의 선율을 즐길 수 있었다.

 

밀로쉬의 연주는 훌륭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완벽한 집중력과 안정된 연주를 들려주었다. 충분한 템포 루바토를 구사하면서도 과하다는 느낌 없이 섬세하게 악곡이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하며 청중을 이끌어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아쉬운 음향만 아니었으면 훨씬 더 잘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후반부에 연주한 Koyunbaba는 옆자리에서 함께 감상한 고문님께서 연주 전에 살짝 말씀하시길 이 곡은 일반 청중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지만 연주가 시작되고 실제 들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밀로쉬는 이 곡을 완전히 이해하고 발효까지 시켜서 친다는 느낌이 들었고 청중들은 처음 듣는 이국적 느낌의 선율과 화성에 매료 되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선곡은 “Voice of Guitar” 라는 주제로, 또한 바하부터 비틀즈까지라는 사회자 표현대로 바하의 프랠루드와 푸가부터 보케리니의 곡, 대표적 스페인 작곡가인 그라나도스, 파야, 로드리고, 남미 작곡가인 피아졸라, 빌라로보스, 까르도소 등의 음악, 비틀즈의 히트곡 편곡 등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망라하면서 기타를 잘 모르는 일반 청중이 듣기에도 좋아할 만한 곡들로 짜여 졌고 또한 하모닉스, 라스게아도, 타악기주법 등 여러가지 특수주법들도 포함하여 기타의 음색을 잘 표현한 곡들로 이루어졌다.  기타 독주만이 아니라 현악7중주와의 협연이 포함되어 더욱 화려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곡,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 로망스를 현악앙상블과 함께 연주하여 색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하였고 앙콜곡으로는 특별히 일반 시민에 공모하여 선정된 아리랑 편곡을 연주하여 매우 뜻깊은 마무리였다.    

 

이러한 선곡과 함께 사회자로 나온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승찬 교수의 멘트도 훌륭했는데, 기타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작은 오케스트라 라고 일컬어질 만큼 기타가 가진 장점들, 음량이 작은 이유로 소외되었다가 세고비아로 인하여 무대 연주악기로 새롭게 태어난 의미, 기타 작곡가들에 대한 소개, 아직 저변확대에 있어서 아쉬운 점 등을 재치 있게 소개하여 기타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마치 우리 기타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대신해주는 것 같았다. 

 

이번 이건음악회는 인천, 고양, 광주, 대구, 서울, 부산 등 전국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청중은 전부 초대로 감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기타의 매력을 격조 있게 알려준 이벤트였다.  빈 좌석 없이 가득 매운 연주회장에서 낯익은 기타인들을 많이 보지 못하였는데, 처음에는 이런 좋은 음악회에 동료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가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자리에는 우리들이 차지할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더 일반청중들이 앉도록 우리가 오지 않았어야 했구나 하고.  이런 음악회야 말로 한국기타협회가 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가 못하는 것을 이런 기업이 마치 우리를 대신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기타음악 선물을 준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이건그룹에 감사한다.   

  

한국기타협회 신경숙